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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안영집(외80) 주싱가포르대사 인터뷰. 작성자 admin 작성일 2018.08.20

 북,미 정상회담 주최국 싱가포르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하나?  

      

세계인의 주목을 끌었던 6.12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주최국 싱가포르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날로 고조되고 있다. 201511월 시진핑 주석-마잉주 총통간 양안정상회담이 개최된데 이어 금번 북미정상회담까지 개최됨으로써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스위스라는 강력한 이미지와 함께 국가간 적대관계 해소의 장이라는 별칭도 얻게 되었다.

 

1965년 독립한 젊은 국가 싱가포르는 인구 560만 명에 서울시의 크기보다 조금 더 큰 면적을 가진 소규모의 도시 국가이다. 그런데 1인당 국민소득은 우리의 두 배를 넘는 61,000불 수준이며, 구매력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은 98,000불에 이르러 세계 3위 수준이다. 스위스 로잔에 소재한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의 2018년 평가 순위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평가대상 63개국 중 미국, 홍콩에 이어 3위에 올라 있다. 반면 일본은 25, 우리나라는 27위에 그치고 있으며 우리의 순위 상승을 제약하는 요소로는 기업 활동의 어려움, 노동시장 및 경영관행의 구조적 문제점 등이 지적되고 있다. 다보스포럼 개최로 유명한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는 2017-18년간 국가경쟁력 지표에서도 싱가포르는 평가대상 137개국 중 스위스, 미국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26위를 기록하고 있다.

 

무엇이 도시국가 싱가포르를 이처럼 강소 선진국으로 만들었을까? 사실 싱가포르는 독립할 당시만 하더라도 말레이시아와 통합된 말라야 연방(Malaya Union)의 일원으로 계속 남고자 하였으나 일종의 추방이나 마찬가지인 원치 않는 독립을 해야 했고 별다른 자원과 산업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지리적 이점을 살린 해상운송 중계업 정도에나 의지할 수 밖에 없었다.

아울러 중국계 73%, 말레이계 13%, 인도계 9% 정도로 구성된 다양한 인종구성의 영향으로 독립 초기에는 빈곤과 무질서가 사회를 지배하고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이콴유 전 총리는 개방, 자유경쟁, 다양성을 존중하는 가운데 엄격한 법집행을 국가 정책으로 추진해 나갔다. 주변국들이 민족주의 영향으로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기 보다는 자국 기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우선시할 때 싱가포르는 외국 자본을 적극 환영하였기 때문에 수많은 다국적 기업이 싱가포르에 거점을 두게 되었다. , 담배, 유류, 자동차를 제외한 모든 품목에 대해 무관세를 적용하여 자유무역도 활성화하였다. 대부분의 국민이 영어 사용에 전혀 지장이 없지만 인종적 다양성을 반영하여 공영어도 영어, 말레이어, 중국어, 타밀어 등 4개 언어를 인정하고 있기에 많은 국민이 2-3개 언어는 편안하게 구사한다. 특히 국제 정치 경제의 중심언어인 영어와 함께 국제 사회에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중국어를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것도 큰 강점이다. 종교적 다양성도 존중되어 여러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편안하게 종교 활동을 하며 여행도 하고 사업을 한다.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엄정한 법집행은 사회를 떠받치는 또 하나의 기둥이다.

쓰레기를 무단 투척하거나 교통법규 위반과 같은 경범죄에 대해서도 높은 벌금을 부과할 뿐만 아니라 마약, 살인, 강간 등 강력 범죄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사형을 구형한다. 다민족 국가인 싱가포르를 운영해 나가기 위해서는 강행규범이 다소 지나치더라도 질서와 청결, 그리고 치안을 확보하는 것이 국가 이익에 직결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자유는 질서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이콴유 전 총리의 신념이 적극 실행되어 오는 날 싱가포르는 전 세계에서 가장 깨끗하고 안전한 나라로 손꼽힌다. 특히 법률로 지정되어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예외없는 집행을 함으로써 우리나라에서 일부 나타나기도 하는 공권력에 대한 도전 행위 같은 경우는 아예 발을 붙일 수 없다. 이와 함께 부패행위방지법과 부패행위조사국(CPIB) 등 강력한 제도적 장치를 바탕으로 부패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에 청렴성 지수도 세계 최고수준이다. 물론 싱가포르는 엘리트 교육을 바탕으로 소수의 인재들이 정부 각 부처와 군 수뇌부의 주요 직위에 근무하면서 국가 주요 정책을 입안/집행하며 이들에 대해서는 전 세계 최고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여 부패할 유인을 철저히 없앤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싱가포르의 또 다른 강점은 혁신을 통한 산업경쟁력 강화와 지속적 개혁 노력이다. 도시 국가로서 항공 산업이 발전하기 어려운 여건임에도 오히려 눈을 세계 시장으로 돌려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한 허브 공항 개발과 세계적인 항공사를 육성한 사례는 대표적인 모범 사례이다. 최근에는 높은 부가 가치가 창출되는 마이스 산업(MICE: 기업회의, 포상관광, 국제회의, 전시사업)을 주도하여 세계 제일의 국제회의 도시가 되었다. 눈요기 거리가 될 수 있는 새로운 명소를 계속 만들어 세계 각지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한편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을 다수 건립하여 어떤 대규모 행사도 무리없이 유치하고 있다. 우리가 약한 금융 산업도 싱가포르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규제 완화, 적극적인 해외 투자 유치, 유연한 노동시장과 전문 인력 육성을 통해 금융 산업이 실물 경제의 혈관 역할을 하는 한편 자체 산업으로서도 아시아의 허브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살린 항만은 전 세계 환적물량의 1/7을 처리하고 있다. 서비스업 뿐만 아니라 제조업도 활발하여 컴퓨터, 전자, 정밀기계, 화학제품 등을 집중 육성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고부가 가치 산업인 바이오, 의약산업에서도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대외 정책과 관련하여서는 우호국을 최대화하고 적국을 최소화 한다는 외교정책의 기조에 따라 중립과 균형의 현실주의 외교를 취하고 있다. 미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중국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유엔, 영연방, 아세안, 비동맹의 회원국 지위를 동시에 갖고 있으며 북한과도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대만과도 군사훈련 협정을 바탕으로 정기적인 군 훈련을 대만에서 진행하고 있으며 남중국해 분쟁에서는 중국에 비판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여 중국의 큰 반발을 사기도 하였으나 원칙에 입각한 일관된 대외정책 추진으로 인해 중국이 우리에 대한 사드 보복과 같은 대응은 하지 못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 장소 문제가 국제적 관심사로 떠올랐을 때 주변 아세안 국가에서는 자신들의 국내에서 이를 개최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다고 한다. 싱가포르가 개최지로 공식 발표되었을 때 이곳 외교부 간부들은 자신들은 전혀 로비를 하지 않았음에도 싱가포르가 낙점되었다고 하면서 이는 미북 양측으로부터 안전, 편의성, 접근성, 중립성에 대한 신뢰와 함께 보도의 편의성 등에 대한 평가가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겸손한 표현이었지만 자국에 대한 싱가포르 인들의 강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리센룽 총리는 금번 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싱가포르는 2,000만 싱가포르 달러(164억원)를 지출하였다고 발표하였다. 반면, 이곳의 전문가들은 각국에서 방문한 정부관계자, 언론관계자, 관광객들의 체재비와 관련 지출 등을 감안할 때 수익은 비용대비 약 38배 이상 창출된 것으로 추산한다. 단순히 경제적 이익만이 아니다. 금번 정상회의를 통해 싱가포르가 얻게 된 무형의 이득과 국제적 지위는 향후 두고두고 싱가포르의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싱가포르의 기념비적 건축물이 된 마리나베이샌즈 호텔뿐 아니라 스카이라인을 형성하는 상당수 건물과 사회간접시설들을 우리 한국 건설회사가 시공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제는 우리의 하드웨어마저 잘 활용하고 있는 싱가포르인들의 소프트파워를 우리가 적극 따라 배워야 할 차례가 된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