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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외교안보전문가 대담]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와 우리의 대응.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5.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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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전문가 대담]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와 우리의 대응

 

동북아에서 각축 벌이는 미·중 사이에서 교량 역할 해야 .. 균형자 아닌 균형 외교로

신정승 전 주중대사,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동북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중국이 G2국가로 부상하면서 미국과 중국이 동북아에서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한국은 어떻게 외교안보정책을 펴야 할 것인가? 1120일 신정승(외교71) 전 주중국대사와 박철희(정치82)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일본연구소장)가 만나 이에 대해 토론했다. 동창회보 편집인을 고 있는 김광덕(정치82) 데일리한국(한국미디어네트워크) 뉴스본부장이 사회를 맡았다.

 

김광덕 데일리한국 뉴스본부장(이하 사회’) : 동북아에서 중국의 대국굴기외교와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정책 등이 맞서면서 양국 간의 협력과 긴장 고조가 교차하고 있는데.

신정승 전 주중국대사(이하 ’) : 동북아 정세가 요동치는 가장 큰 동인은 중국의 부상이다. 미국은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따라 한국· 일본 등과의 기존 동맹 관계를 굳건히 하는 데 주력하면서 경제적으로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등을 통해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고 있다. ·중 경쟁과 갈등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고 양국 간에 본격적인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미국과 중국은 이미 상호간 무역과 투자 측면에서 긴밀히 연결돼 있고, 국제 대화에서 큰 이슈들을 다루기 때문에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또 중국이 지속적 발전을 이루기 위해선 평화로운 대외 환경이 필요하다. 따라서 미·중이 협력적 기조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갈등이 증폭돼 가는 국면이 될 것으로 본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이하 ’) : 우리가 보통 ‘G2’라는 말을 쓴다. 중국의 부상에 굉장히 많은 관심을 쏟는 바람에 미·중의 양강 구도에만 갇혀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동북아 정세에서 일본의 역할을 경시해서는 안 된다. 국제사회에서 보면 사실 일본과 중국은 거의 대등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최근 빠르게 부상하고 있는 중국에만 관심이 쏠려 일본에 대한 고려는 부족한 상황이다. 협소한 외교적 시각은 분명 조정될 필요가 있다. 특히 일본은 아베 내각 집권 이후 중국의 행보에 위기의식을 느꼈고, 아베노믹스와 안보 조치들을 통해 강한 일본으로 재탄생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중 갈등은 생각보다 심하지 않을 수 있겠으나 중·일 갈등은 상당히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격화될 중·일 대립 사이에서 한국이 어떻게 균형 잡힌 외교를 할 것인지 본격적으로 고민해봐야 한다.

 

사회 : 동북아 주변 강국들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한국은 과연 어떤 외교안보 정책을 택해야 하는가.

: 단순한 진영 논리에 빠져서 미·중 사이에서 누구 편을 들지 고민할 것이 아니라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굳건하게 유지하면서도 중·일과의 관계도 어떻게 지속시켜나갈 수 있을지 복합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동북아 지역뿐 아니라 타 지역 여러 국가들로 우리의 발판을 넓힐 수 있도록 외교 지평을 넓혀야 하는데, 아직까지도 우리의 시각은 한반도나 동북아 지역에만 사로잡혀 있다. 단선적 외교가 아니라 좀 더 복합적인 외교적 시각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 ‘동북아 균형자론에 따라 우리나라가 균형자적인 역할을 할 수는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본다. 우리는 중국, 일본, 미국과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는 균형 외교를 해야한다. 중국이 부상하니까 중국과 친하게 지내고, 미국이 중요하니까 미국과 친하게 지내는 형태의 균형자론 외교는 급변하는 국제사회에서 뒤통수를 맞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경계해야 한다.

: 박 교수 의견에 동의한다. 한미 동맹은 우리 안보를 위해 당연히 중요한 요소이다. 동시에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관계도 동북아 지역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두 가지 모두 절대 포기할 수 없다. 그렇다면 미·중 관계가 긍정적일 때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만약 양국이 충돌할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국이 균형자로서 미·중 양쪽의균형을 맞출 수 있는 역량은 갖추지 못했다고 본다. 대신 한국이 이른바 교량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강국들 간의 관계가 경색돼 의사소통이 어려울 때 한국이 나서서 물꼬를 트는 역할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만약 미국과 중국이 정면으로 충돌해 우리에게 양쪽 중 하나만 선택하기를 강요하는 상황이 닥친다면 그때는 한국이 추구하는 국익과 가치를 고려해 합리적 결정과 설득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 대해 미국이 반대하는 경우 AIIB가 궁극적으로는 이 지역의 안정과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방향으로 지속적인 설득을 시도해야 한다.

 

사회 : 최근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미국·중국 등 주변국들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 남중국해 해양관할권 문제와 관련, 미국은 동북아 지역 균형자로서의 우월적 지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국제법적 근거를 끌어들여 해당 지역 정찰 등 자국의 군사 활동이 제한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반대로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을 가능한 한 자국 연안으로부터 멀리 밀어내려는 전략에 따라 바다를 매립해 인공섬을 만들고, 거기에 군사 시설을 설치할 생각까지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중 간 본격적인 충돌은 없을 것이다. 지난 9월 미·중 정상이 만나 군사적인 우발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에 합의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가급적 남중국해 분쟁에 깊이 말려들고 싶지 않을 것이다. 신중한 외교적 접근을 지속하되, 에너지 수송로의 상당 부분이 분쟁 지역을 통과하고 있으므로 우리의 국익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행동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은 국제법을 들어 항행과 상공 비행의 자유보장을 촉구하고 있는데, 당분간 이런 기조가 유지될 것이다.

: 중국은 단순한 영토권 주장을 넘어서 자국만의 배타적 관할권을 행사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중국 스스로는 부인하지만 인공섬을 만드는 것은 언제든지 군사적 용도로 전환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문제가 더욱 커지고 있다. 과연 그 지역을 통과하는 어선이나 상선들의 항행 자유가 얼마나 보장될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 또한 전체 무역량의 30%, 총 에너지 수송량의 90%가 남중국해를 지나기 때문에 국제법에 기반한 항행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확실히 견지해야 한다. 그러나 해당 이슈에 너무 깊게 빠져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사회 :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가. 또 통일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 평화 통일을 위해서는 3가지 요소가 있어야 한다. 첫째, 통일 의지와 그에 필요한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남북한 협력과 주변국들의 지원이다. ‘통일 대박(준비)은 통일 의지와 역량 확보라는 첫째 요소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다. 둘째 요소인 남북한 협력을 통해 통일의 분위기와 방향성이 형성되고, 그것이 대세가 되면 자연스럽게 주변국들도 따라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동북아의 공통적 안보 위협인 북한 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 방법은 남북통일임을 국제사회에 알려야 한다. 우리의 통일이 주변국들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사실을 강조해야 한다. 통일 문제에선 직접 당사자인 한국이 여러 가지 해법을 제시하고, 국제대화의 틀을 마련하는 등 논의를 적극 주도할 필요가 있다.

: 우리가 통일을 준비하고 완수하려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먼저 제대로 작동되어야 한다. 대국민 통일 홍보캠페인으로서의 통일 대박론은 의미가 있겠지만 그것 자체가 대북 정책이 될 수는 없다. 교류가 가능한 부분에서는지속적이고 적극적으로 남북이 접촉해 신뢰를 쌓아가는 프로세스를 병행해 나가야 하는데, 현 정권 초기에 내걸었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어느새 실종돼버렸다는 인상이 강하다. 한국이 남북 문제에서 주도권을 쥐려면 신뢰 프로세스를 부활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대북 압박·고립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이는 전략적 압박 정책이라기보다는 비전략적 무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진정으로 전략적인 대북 정책을 펼치려면 어느 정도 대화와 교류를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등 신뢰를 회복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주도권을 한국으로 가져와야 한다.

 

사회 : ‘가깝고도 먼 나라일본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는 게 바람직한가.

: 요즘 투트랙 접근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과거사·위안부 문제 등에서는 우리의 입장을 강력하게 일본 측에 관철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그렇다고 이 사안에 너무 집중해 일본과의 다른 협력들이 저해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과거사 문제는 과거사 테이블에서 다루고, 경제·안보 협력에 관해서는 다른 테이블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양국 간 대화에 다시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더불어 위안부 문제 협상을 가속화하자는 이야기가 나온 것은 긍정적이다. 해당 이슈와 관련된 당국자들이 실무를맡는데, 정치적 무게감을 갖고 위안부 문제를다룬다는 인식이 강화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문제 해결에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 과거사 문제와 경제·안보 협력을 서로다른 측면에서 논한다는 투트랙 접근은 큰 의미가 있다. 과거사 문제는 원칙적인 문제이므로 계속 우리의 분명한 입장을 전달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밀접 국가인 한일 양국이 과거사 문제라는 요인 하나 때문에 대화자체를 전면 중단한다는 것은 불합리한 일이다. 한일 정상회담과 같은 대화를 지속적으로 하고, 교류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 위안부 문제에서는 양국 정상의 발언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인내심을 갖고 차분히 그 추이를 기다려볼 필요가 있다.

 

강지석 기자 maru8922@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