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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북핵과 한반도 평화 - 한승주 전외무장관 (외58). 작성자 admin 작성일 2018.11.12
          

한승주 외무장관에게 듣는다 북핵과 한반도 평화

대담: 이강덕 동창회보 편집인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한 차례의 미북정상회담 등 대형 이벤트들이 있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북한의 핵무장이라는 냉엄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1994년 제네바 핵합의의 1등 산파역이라고 할 수 있는 한승주 전 외무장관으로부터 북한 핵문제 해법에 대해 들어봤다. 한 장관은 최근 들어 핫 이슈로 부상한 종전선언과 관련해 북한이 궁극적으로는 제재체제의 해체를 목표로 하면서 협상용으로 주장하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 진전에만 매달리지 말고 북한에 대해 비핵화와 남북관계를 진전을 동시에 강력하게 추진하는 우리 식 병진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문(이강덕)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는데 북핵 해결을 위한 획기적 전기는 마련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답변(한승주) 그렇습니다. 듣기 좋은 말은 해줄 수 있지만 핵문제의 본격 협상은 미국과 하겠다는 것이 북한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남북관계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싱가포르 정상회담 등을 통해 핵문제를 미국과 북한 사이의 문제로 정의해버렸기 때문에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질문 남북관계를 진전시켜서 북핵문제 해결을 유도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 문재인 정권의 입장인데요?

 

답변 남북관계를 통해 북한 핵문제 해결을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입니다. 비핵화를 강조하는 국민들이 많으니까 어느 정도 호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겠지만 결국 립 서비스에 그칠 수 있습니다. 오히려 미북관계를 남북관계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유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북핵문제는 남북관계 개선으로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한국과 미국의 정책 목표도 같지 않은 면이 있기 때문에 북한은 한국 정부의 선의와 조급성을 이용 할 수 있습니다.

질문 남북정상회담이 세 번이나 열렸는데요?

 

답변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은 다른 데 있습니다. 우선은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국에게 보여주는 효과가 있고요, 둘째는 남북한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효과입니다. 지금 남북한이 하고 싶은 것은 어떻게든지 국제적인 대북제재를 우회하고 가능하면 철회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하기 위해서는 명분을 쌓아야하고, 또 미국을 설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입니다. 북한이 현 시점에서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것은 제재를 타파하는 것입니다.

 

종전선언 보다는 제재체제 해체가 북한의 궁극적 목표

 

질문 북한은 종전선언을 우선적으로 원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는데 아닌가요?

 

답변 사람들의 관심이 지금 종전선언에 가 있는데 사실 김정은의 관심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 쪽에 사람들의 관심을 모아놓고 실제 추진하는 것은 한국의 대북한 경제협력 또는 경제지원의 획득입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제재완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미국만 동의하면 다른 나라들은 따라오게 돼있습니다. 트럼프는 전략적 안보문제나 경협문제 등에 대해 전략 개념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기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면 해주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을 할 수 있도록 남북한이 머리를 짜내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을 시작으로 제재 완화 참여국을 확대해서 전체적으로 제재체제(Sanctions Regime) 자체를 약화시키는 것이 김정은의 목표입니다. 북한의 급선무는 제재 철회와 완화, 제재체제의 붕괴입니다. 종전선언은 궁극적으로는 미군철수를 목표로 하면서도, 중간단계로는 제재철회를 위한 협상용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질문 김정은 위원장이 종전선언 요구를 갑자기 다른 것으로 바꿀 수도 있겠군요?

 

답변 그렇습니다. 북한 입장에서 종전선언은 되면 좋은 것이고 아니어도 손해가 없습니다. 다만, 중국이 좋아하고 한국이 자진해서 열심히 해주고 있은 상황입니다. 미국을 상대하는 좋은 카드가 되고 있습니다. 북한에게는 꽃놀이패가 된 것입니다.

 

질문 참여정부 때도 그렇고 현 정부도 그렇고 한반도 전쟁 방지와 관련해서 종전선언의 중요성을 크게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답변 전쟁은 종전선언이 없다고 발발하는 것도 아니고, 종전선언을 한다고 전쟁이 없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종전선언으로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오는 게 아닌 것입니다. 너무 크게 이슈화 되는 것이 지금 단계에서 우리한테 바람직하거나 유리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한국의 여론이나 분위기도 종전선언에 대해 좀더 현실적이고 균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종전선언이 주한미군 문제에 연결된다는 입장을 부인하기는 어렵지 않나요?

 

답변 북한이나 주한미군 주둔을 반대하는 측에게 시비 걸 소지를 주는 측면은 있습니다. 당연히 주한미군 철수 얘기가 나올 것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과거에 남북기본합의나 비핵화선언, 불가침 선언 등이 있었지만 실질적인 영향이나 결과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결국 주한미군 문제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국내정치 움직임에 영향을 받게 될 것입니다. 다만, 미국의 경우 군대가 믿을만하게 균형을 잘 잡고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양국 군대 간의 소통과 협조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트럼프의 중국 탓은 북핵 진전 안되는 데 희생양 삼는 것

 

질문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문제 관련해서 중국 변수를 들고 나왔는데 실제 중국이 방해를 하고 있다고 봐야할까요?

 

답변 중국이 방해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탓을 하는 것은 그냥 희생양(Scapegoat)로 삼고 있는 것입니다. 일이 잘 안되는 것에 대해 미국 내에서 오바마 탓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트럼프는 이를 협상카드로 쓸 의도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미중 교역관계에서 합의가 되면 북한과 대화를 하겠다고 하는 데 이해하기 어려운 얘기입니다. 북한 문제를 대중 협상용으로 쓰려할 경우 오히려 북중 관계를 가깝게 해주는 결과만 가져올 것입니다.

 

질문 북한 핵문제로 인해 오히려 김정은 위원장의 위상은 크게 강화됐는데 그렇기 때문에 핵 포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것 아닐까요?

 

답변 김정은의 자신감이 커진 것은 확실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결과를 너무 부풀려 놓았습니다. 트럼프가 자초한 것이지만 트럼프의 정치적 이해관계에까지 김정은이 레버리지를 갖게 됐습니다. 트럼프는 김정은이 작은 양보나 융통성을 보여도 이것이 큰 양보나 성취를 이룬 것처럼 강조해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핵문제에 결정적인 양보를 하지 않더라도 트럼프에게 시혜(Favor)를 베푼 것처럼 행동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김정은은 비핵화를 하지 않고도 견딜 수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게 됐다고 봅니다. 핵 병진정책을 추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북한의 핵포기를 대신 언급해주는 것은 현명치 못한 대응

 

질문 여러 상황들이 꼬이면서 북한 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는데요?

 

답변 우리가 북한의 비핵화의사를 미국에 전달하고 그렇게 선전해 주는 것은 트럼프에게는 정치적으로 도움이 되겠지만 문제 해결에는 큰 도움이 못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미양국의 대통령들이 북핵의 위협이 없어졌다거나 북한이 핵대신 경제발전을 선택했다는 발언을 함으로써 북핵의 위급성을 과소평가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제 앞으로 몇 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북핵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상태로 갈 각오를 해야 합니다. 상당 기간 갈 수도 있습니다. 북한은 남아공이나 리비아, 카자흐스탄이나 우크라이나와는 상황이 다릅니다. 자동차도 전진을 하다가 뒤로 가려면 일단 정지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중단과 축소, 동결이라는 중간 절차를 거칠 필요와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 과정에서 외부의 군사력을 동원한 공격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북한에 보장해줄 필요성도 제기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장기 계획이 북한을 핵무기 국가로 남겨둔다는 것을 전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이른바 핵 있는 평화가 일상화될 경우 한국의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 아닐까요?

 

답변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에 발생한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국제공조, 특히 동맹국간의 공조가 약화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흔히 이야기 하는 안보의식, 즉 북핵을 저지해야 한다는 경각심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지난 1994년 제네바 합의 때와 비교해 보면 그때는 북한이 핵무기가 없었음에도 한미양국이 외교력을 집중하며 협상에 전념했지만 지금은 한미양국 모두 그런 상황이 아닙니다. 그렇게 때문에 어중간한 선에서 타협하고 마치 그것이 핵문제의 해결인 것처럼 트럼프 방식대로 처리해버리면 그야말로 CVID식의 근본적인 핵문제 해결은 물 건너 가버릴 수도 있어 우려스럽습니다. 특히 한국은 북핵문제는 미북회담으로, 남북관계는 남북회담에서 논의하고 해결하겠다는 정책을 갖고 있는데, 미국이 북한과 우리에게 불리한 타협을 했을 때에도 그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입장에 처하게 만들 수 있어 걱정입니다.

질문 문재인 정부의 대북접근방식을 놓고 근본적인 재검토가 있어야 하겠군요?

 

답변 국민들은 한편으로는 당장의 전쟁 위협이 감소된 것 같이 보이는 것에 안도하지만 북한이 비핵화를 할 것이라고 낙관하지도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정부의 무조건적 낙관론은 신빙성이 약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제라도 홍보 위주의 정책을 지양하고 현실적이고 균형 있는 정책을 취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한다면 트럼프가 다시 강경책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은으로서는 이를 막기 위해 부분적 양보 등 이런 저런 미끼를 던지겠지만 그 때 가서는 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도 우리 나름의 병진정책을 취해야 한다고 봅니다. 남북관계가 깨질까봐 몸을 사려서는 안 되며 북한에 대해 비핵화와 남북관계를 동시에 추진하는 병진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