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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홀대'가 아니라 '전략부재'가 문제다 - 정용화(외교83). 작성자 admin 작성일 2017.12.29

'홀대'가 아니라 '전략부재'가 문제다

정용화(외교83) 전 청와대 비서관, 호남미래연대 이사장


 

 문재인대통령 중국 국빈방문을 두고 홀대 논란이 뜨겁다. 정부와 여당은 '성과'를 적극 홍보하고 있지만 국빈으로 초대해놓고 하대 정도를 넘어 수모를 당한 '외교참사' '굴욕외교'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이제 차분히 '성과'인지 '참사'인지 따져보자.

외교에서 의전은 매우 중요하다. 더구나 정상외교는 외교의 꽃으로 의전이 거의 전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정상들끼리 만남이니만큼 일거수일투족이 국민의 자존심이 걸려있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바마대통령도 일본천왕에 고개를 숙인 사진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정상간 대화도 단독회담을 제외하고는 거의 준비된 원고를 읽는 것으로 진행된다. 사전에 조율된 의제를 정상들끼리 확인하는 절차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차관보급 공항영접, 대통령 어깨를 툭 친 왕이 외교부장, 3끼 연속(총6끼) 혼밥, 리커창 총리의 오찬 거부, 한중 경제인회담에 기업 최고위인사 대거 불참, 그리고 수행기자 집단폭행 등 일련의 사건은 중국이 의도적으로 '홀대'하지 않고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다.

의전 홀대 논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중국이 왜 이렇게 했느냐는 것이다. 필자는 한중간 '3불' 논란이 시작된 지난 10월 말부터 앞으로 중국이 거칠게 밀어붙일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3불'이란 중국의 사드보복 해제와 한중정상회담 조건으로 우리 정부가 중국에 약속한 세 가지, 즉 사드 추가배치를 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MD)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안보협력을 군사동맹으로 발전시키지 않는다는 약속을 말한다.    

이 뉴스를 듣는 순간 필자는 놀라고 당혹스러웠다. 우리 외교안보의 핵심전략 사항이자 중국에게도 핵심적 이해가 걸린 사항을 우리정부가 너무나 쉽게(값싸게) 중국에 약속해버린 것이다. 중국은 협상과정에서 자국의 요구사항을 제시했을 텐데 한국이 덥썩 받으니 속으로 '웬 떡이냐' 했을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3불 굳히기로 들어갈 것이고, 그 과정에서 흔들리는 한국에 집요한 압력을 넣으면서 길들이기를 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었다.

사드배치 원인을 제공했던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에 어떤 추가적 조치도 이끌어내지 못하고 우리가 앞으로 중국이나 미국 양측에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외교안보 카드를 다 내줘버린 것이다. 중국은 앞으로 한국에 약속을 이행하라고 '갑질'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었다. 이것은 또한 한국외교가 혼선에 빠질 것임을 예고했다. 박근혜정부가 미국의 전략무기인 사드 배치를 전격선언한 것이 미중경쟁구도에서 미국편에 서겠다는 의사표시였다면, 3불합의는 중국편에 서겠다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미국으로부터는 동맹 한국에 대한 '불신'을, 중국으로부터는 '발목잡힌' 것으로 보였다.

마침 북한에 대한 국제압력 공조체제에서 한국이 미국과 차이를 보이면서 틈을 보이자 중국은 집요하게 그 틈을 파고들면서 문재인정부를 강하게 밀어붙인 것이 이번 '홀대'의 근본이유이자 본질로 보인다. 강하게 밀어붙이면 한국은 밀린다는 것을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중국은 한국을 말 잘 듣는 주변(속)국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한국이 미국과 손을 잡고 있는 동안에는 함부로 하지 못했다. 그런데 미국과 틈을 보이니 중국의 영향권 하에서 길들이기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2005년 북경대학에 방문학자로 있을 때 서울대 교수들과 북경대 교수들 간담회를 주선한 적이 있다. 당시 노무현정부 때라 "한국정부가 미국과 거리를 두고 중국과 가까워지려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북경대 학과장이 "그래도 한국은 미국과 동맹이 아니냐?"고 대답했다. 한국은 결국 미국편이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그런데 문재인정부가 중국의 핵심전략사항까지 수락한 것을 보고 한국이 중국으로 기울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래서 중국은 확실하게 밀어붙여 굳히기를 시도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번 한중정상회담의 성과로 꼽는 '4대원칙' 합의는 '성과'로 볼 수도 있고 '제약'으로 볼 수도 있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한반도 전쟁 절대 불가', '한반도 비핵화 원칙 확고한 견지', '북한의 비핵화를 포함한 모든 문제의 대화·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 '남북관계 개선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내용인데, 핵심은 '한반도 전쟁 절대 불가'라고 할 수 있다. 일견 전쟁을 예방했다는 '성과'로 볼 수 있으나, 미국의 대북 군사옵션 반대를 선언해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강력한 옵션을 스스로 포기했다고도 볼 수 있다.

결국 사드문제 등 한중 갈등의 근본원인이었던 북핵미사일 문제 해결에는 별다른 진척이 없이 소동만 일으킨 결과가 되었다. 중국의 사드보복을 오랫동안 감내한 것 치고는 소득이 별로 없는 것이다. 그것도 중국은 언제나 써먹을 수 있는 '3불'카드를 여전히 흔들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균형외교'를 명분으로 미국과 거리를 두고 중국과 관계발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중국은 한국을 환대하기는커녕 홀대하고 있다. 미국과 거리를 두면 중국이 환대할 것이라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었고, 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교묘하게 휘두르는 노회한 나라라는 것을 이번에 분명히 알게 되었다. 이것을 정부는 물론이고 온 국민이 깨달았다면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무등일보 특별기고 2017.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