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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분열된 나라는 일어설수 없다 - 전영기(정치80). 작성자 admin 작성일 2018.01.03
          
2018년 1월 1일이다. 새해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다스리는 나라가 태평하고 국민이 편안하길 소망한다. 지난 7개월 대통령의 서민 눈높이 소통과 정의를 향한 집념에 많은 사람이 위로와 감동을 받았다. 하지만 자기들끼리만 통하는 소통이요 정치보복형 잔인한 정의로 느끼는 유권자도 적지 않다. 소위 적폐청산이 진행될수록 정의의 회복을 환호하는 목소리와 한과 복수심에 치를 떠는 몸부림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오랜 천주교 신자인 문 대통령은 “스스로 분쟁하는 나라마다 황폐해지고 일어서지 못한다(마태복음 12장 25절)”는 성경 말씀을 기억할 것이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시절 공화당과 민주당으로 갈려 싸우는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단합을 호소하면서 인용해 유명해진 성경 구절이다. 여기서 스스로 분쟁한다는 것은 내면과 언행이 따로 노는 인격의 분열을 뜻한다. 분열된 인격은 분열된 나라처럼 비참한 운명을 맞게 된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바짝 주의를 기울여 그런 운명이 닥치지 않게 상황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우선 집권층 실세들과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층에서 보수 기득권 사회를 뒤집어야 한다는 열망이 지나친 점을 주시해야 한다. 열망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열망이 지나쳐 인간 행동의 기초원리와 문제해결의 현실적 측면을 무시하려 드는 충동이 문제다. 문 대통령이 제동을 걸어줘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 국민에게 위험하니 국내 원전은 없애겠지만 해외 수출만은 계속하겠다는 이중성을 보자. 인간다운 행동 원리에 반하는 문재인 시대의 대표적인 의식분열 현상이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을 지경이 된 ‘임종석의 중동 방문 미스터리’도 근본적으로 원전 정책의 언행불일치에서 비롯됐다. 핵·미사일 국가 체제를 완성한 북한을 대화로 무장해제시키겠다는 대북 정책은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적 접근법이라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문 대통령을 좋아하는 중도·진보 성향 유권자 중에 정부의 문제해결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총론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높지만 각론에서 정책 불신이 커지는 이유다.
 
분열의 치유는 생각과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데서 시작한다. 현실은 있는 대로 봐야 한다. 문제는 실제적 수단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런 상식을 수용할 때 치유가 완성된다. 이제까지야 어찌됐든 새해엔 분열과 환상이 작아지고 통합력과 현실감이 커졌으면 한다. 그래야 대통령이 성공하고 정치에 생기가 돌고 나라가 견고해진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10일 취임사에서 국민에게 나라다운 나라에 대한 기대감을 선물로 안겼다. 나도 그때의 벅찬 감동을 간직하고 있다. 그는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저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으로 섬기겠다”는 대목에서 사람들의 가슴이 뜨거워졌다. “저는 감히 약속드린다. 이날은 국민 통합이 시작된 날로 기록될 것이다. 분열과 갈등의 정치, 보수와 진보의 갈등을 끝내겠다”는 마무리에서 한국인은 한마음이 됐다.
 
새해 첫날, 문 대통령이 취임사 초심(初心)을 기억해 주면 좋겠다. 지난 정권들에서 부실했던 정의의 날개가 온 나라에 펄럭이고 있으니 잠시 미뤄뒀던 통합의 날개도 회복시켜 달라고 대통령에게 부탁하고 싶다. 나라는 정의와 통합의 두 날개가 필요하다. 문 대통령이 존경하는 고 리영희 선생은 “새는 한쪽 날개로 날 수 없다. 좌우의 날개로 날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출처: 중앙일보] [전영기의 시시각각] 분열된 나라는 일어설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