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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경기유지가 구조개선의 전제조건 -정순원(정71). 작성자 admin 작성일 2018.10.11

경기유지가 구조개선의 전제조건

지난 5월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문가들을 상대로 향후 미국 경기후퇴 가능성을 설문했다. 10명 중 무려 6명이 향후 2년 이내 경기후퇴 가능성을 예상했다. 향후 경기를 살필 때 채권수익률곡선(일드커브)이나 실업률 추세를 많이 살펴본다. 미국 단기금리는 완만하게 상승하지만 장기금리는 하락 폭이 커 일드커브가 다소 평평해졌다. 성장세나 고용지표는 아직 견고하지만 경기후퇴 확률은 상승했다. 



국내 경기에 대한 인식이 나빠졌다. 금년 2·4분기 국내총생산 지표가 전분기 대비 0.6%를 기록해 성장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산업경기의 하강 조짐이나 금융권의 연체율 상승 움직임이 가시화됐다. 설비투자와 민간소비 위축도 두드러져 성장모멘텀 약화가 부각되었다. 금년 5월 이후 장단기 금리 하락 속에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하락폭이 더 커 일드커브가 많이 평평해졌다. 게다가 고용상황은 더 부진해진 모습이다. 경기후퇴 국면 진입이 미국보다 빠를 것 같다. 게다가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글로벌 무역분쟁 심화와 신흥국 금융불안 확산 등 향후 경기 불확실성을 높일 요인은 많다.

 

장기간 지속 대응해야 할 구조적 문제는 중층적이다. 저출산·고령화의 완화, 성숙 주력산업의 재활성화와 미래산업 진출의 촉진, 가계부채의 연착륙, 그리고 계층간·지역간 소득격차의 완화 등이다. 이들은 상호 연계된 탓에 조화롭게 대응해야 한다. 만약 형평이나 분배에 치우치면 효율이 훼손돼 성장이 손상될 수 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성장모델 설정이 쉽지 않다. 

스탠리 피셔 전 미 연방준비제도 부의장은 2015년 11월 '전환기 아시아'라는 강연에서 아시아 신흥국 경제성장세가 점차 둔화된다고 예상했다. 선진국 성장이 완만해져 글로벌 수요가 줄면서 수출주도 성장국의 성장세가 정점을 지날 것으로 봤다. 이들 지역 성장에서 내수의 중요성이 커졌다. 그런데 내수산업의 주요 축인 서비스업은 제조업보다 생산성이 낮아 커질수록 나라 전체의 성장세는 약해진다. 특히 인구증가율 감소는 중요한 성장위축 요인으로 지목됐다. 

우리 경제의 미래에 대한 비관적 견해가 늘었다. 경제주체가 심리적 부담을 느끼면 경제비관론은 더 강화된다. 기업은 투자를 주저하고, 소비자는 소비를 늦추려 할 것이다. 수명이 늘면서 미래소비를 위한 저축동기도 강화됐다. 이런 부정적 순환행태의 현재화는 제어해야 한다. 경기온존 정책을 소홀히할 수 없는 이유다.

구조적 문제 대응은 창의적이어야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공급중심 정책이 지속성장을 보장하느냐는 의문이 대두했다. 경제 파이를 키우면서 분배도 개선하자는 포용적 성장론이 나왔다. 노르딕 성장모델에 관심이 커졌다. 복지를 우선하지만 효율과 경쟁도 중시하고, 시장 직접개입보다는 참여자 간 균형 유지에 집중한다. 대단히 실용적이다. 그 기반에는 높은 사회적 신뢰나 효율적 공공제도 등이 있어, 타국의 답습에는 갖춰야 할 조건이 많다. 

경기대응과 구조개선은 항상 균형감 있게 다루어야 한다. 경제는 인간의 동물적 본능에도 좌우되므로 자생력을 유지하게 해야 한다. 어떤 정책도 '마중물'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없다.
시장 기능이 중요하다. 시장위축을 야기하는 각종 규제를 혁파하고, 시장실패를 최소화하는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그래야 구조 개선에 정책역량 집중이 가능하다.
 

 
정순원 前 금융통화위원